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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국형 PF대출은 시공사의 신용보강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토지매입, 인허가, 분양 등 개발사업의 여러 단계에 잠재해 있는 위험요인들 중 어느 하나라도 현실화될 경우 PF대출의 부실화될 위험은 컸음.

과거 2000년대 중반 지방 미분양 사태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의 여파로 31개의 저축은행들이 구조조정되었으며, 도급순위 100위권 건설회사 중 25개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감. 다수의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들이 부실화됨에 따라 주택산업 구조는 대형 건설사 위주로 재편됨.

대출을 취급한 은행, 저축은행, 금융구조 기획 실행한 증권회사들은 대출채권을 유동화하기도 하였음. 초기에는 자산유동화법에 의한 ABS를 발행하였으나, ABS 발행요건 강화로 새로운 자금 조달 기법으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를 활용하기 시작하였음.

ABCP는 상법상의 도관체(SPC, 유동화회사)를 통해 사모 형태로 발행되게 되는데, 일정 기간마다 기업어음을 발행하여 단기 이자비용으로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함. 다만, ABCP는 시공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되어 부동산개발이 예상되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잠재적으로 높은 위험을 가짐. 개발사업들이 좌초되고 PF대출이 부실화되면서 ABCP시장에서도 문제가 나타날 수 밖에 없음.

이는 PF대출을 고리로 얽혀 있는 시행사, 시공사, 금융기관, 부동산개발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함.

영세한 시행사가 담당하는 토지작업은 불투명한 부분이 많고, 그 대가로 시행사는 투자액의 수십 배 또는 그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자 함. 수익은 분양이 순조로워서 한꺼번에 거액의 분양대금이 들어 올 때 실현됨. 시행사의 모든 노력과 자원은 분양 성공이라는 단일 목표에 집중되고 무리한 방법들이 동원되기도 함. 주택 경기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하면 문제점들이 드러남. 주택 경기변동이라는 시장위험 이외에 시행사의 자본력, 신용, 전문성, 도덕적 해이 등과 관련된 위험이 저축은행 사태의 문제였다고 봄.

시공사들은 실질적으로 개발리스크를 대부분 부담하는 대신 시공단가를 높이고, 시행사가 부실화될 경우 개발사업을 인수하기도 하였음. 그러나 대규모 미분양 사태처럼 동시다발적인 사업 실패가 속출할 경우 시공사들이 우발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웠음. 

PF대출을 담당하는 금융기관들은 개발사업에 대한 평가, 분석 능력이 취약하여 부동산 담보와 시공사 보증에 크게 의존하였지만 시공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사업 손실이 발생하면서 금융기관이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PF대출 부실화 사태를 겪으며 개발금융 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진행되었고 이와 더불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기존 방식으로의 지속은 어렵게 되었음. 간단히 보면, 시공사 지급보증이 채무로 인식될 가능성으로 시공사 보증이 없거나 낮은 수준의 보증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금융구조가 필요해졌음. 결국 새로운 금융구조는 부동산개발의 여러 참여자들 사이에 수익과 위험을 어떻게 적절히 배분하는가의 문제로 귀착됨. 시장 호황기에는 금융구조가 어떻게 되든간에 모든 참여자가 이익을 취하고 사업을 끝내게 되지만 불황과 호황이 이어지는 장기간에 걸쳐서는 각 참여자들이 부담하는 위험에 상응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구조만이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함.

2010년 중반 이후 건설사는 정해진 기간 내에 건축물을 준공하는 책임준공 의무만을 지는 것으로 제한되었고, 책임준공 약정이 지켜진다면 준공일에는 담보물로 활용할 수 있는 완성된 건축물이 있을 것이므로 대출기관은 이러한 기대를 바탕으로 개발자금을 제공하였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PF대출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표준 PF 보증상품을 출시하는 등의 정부차원의 지원도 있었고, PF시장에서는 과거보다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평가가 더욱 엄격해졌으며 미분양이 늘어나는 지역에서는 신규 분양이 감소하는 등 수급의 시장 자율조정 기능이 활성화됨.

2017년 이후 주택시장 활황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주택개발 사업이 진행되었고, 이를 지원하는 PF대출이 급격히 증가해서 2022년 기준 부동산 PF대출 총액은 14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됨. 참고로 한 때 2012년 38조원까지 감소하였음.

2022년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공사비가 증가,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PF대출 금리 역시 급등함.

저금리 시기 부동산시장 활황으로 시작되었던 사업들은 공사비와 금리가 높아져 수익을 낼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한 PF대출 부실가능성이 높아짐. 특히 본 PF로 확보한 자금을 주된 상환 재원으로 하는 브릿지론 PF가 위험한데, 기획단계에서는 수익성이 있었으나 건설비용 및 금융비용의 급상승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어 본 PF로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임.

브릿지론 PF를 많이 취급한 제2금융권 금융기간 및 부동산 PF대출을 주도하던 증권사들의 위험이 커졌음.

이는 아직 진행중이며, 증권사 외에도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회사와 새마을금고 등 고위험 자산운용을 하는 금융기관이 브릿지론 PF를 더 많이 취급했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높음.

이에 대하여 금감원 등에서 조사가 진행, 향후 개선방향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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